백4블러드 얼리엑세스 후기
터틀락의 대 히트작 레프트4데드2의 후속 편이 12년 만에 출시되었습니다. 레프트4데드 시리즈는 2008년 첫 출시와 함께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10년이 넘는 세월에도 여전히 꾸준한 이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잘 나가고 있는 게임의 후속작이라고 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12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많은 이용자들을 유치하고 운영을 통해 얻은 데이터의 양과 질이 차원이 다를 텐데 얼마나 보완해서 더 재미있어졌을까?라는 기대감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아무것도 몰랐던 초등학생 시절 레프트4데드2에 빠져 몰래 새벽까지 컴퓨터를 하다가 어머니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았던 기억이 있었으니까요.
내 돈주고 사는 것들은 미리 사전조사를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무조건 재미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백4블러드를 4일 먼저 플레이할 수 있는 얼리엑세스를 위해 10만 3천 원짜리 흑우 에디션을 구입하고 일단 들어가 봤습니다.
게임 자체의 용량은 24기가로 2021년에 나온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우 착한 용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5분도 안되서 다운로드가 끝났으니 그때는 마냥 기분이 좋았지만 게임의 용량이 매우 작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게임의 콘텐츠 볼륨 또한 매우 작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12년 전에 비해 오히려 퇴화한 타격감
이게 2021년에 나온 68000원짜리 게임이 맞나 싶을정도로 엉성한 모션과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좀비들이 나를 때리는 모션이 시작되기도 전에 대미지가 미리 들어오는건 그렇다 쳐도 타격감이 12년 전에 나온 레프트4데드2보다 못하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다른 장르도 아니고 서바이벌 호러 FPS게임인데 말입니다.
2009년에 출시된 레프트4데드2의 경우 근접무기로 오른팔을 노리면 오른팔이 잘려나가고 총으로 왼쪽 다리를 쏘면 왼쪽 다리가 터져나가는 식의 자연스러운 모션과 타격감으로도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게임인데
12년 만에 나온 후속작이 모션 구분도 엉성하며 물리엔진도 어딜 때리고 쏘든 차별 없이 비슷한 자세로 공평하게 쓰러짐과 동시에 좀비들이 잊을만하면 평지에서 달려오다가 난데없이 하늘에서 나타나는 순간이동 마법을 시전하니 참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빈약한 콘텐츠 볼륨
지금이 맛보기만 보여주고 끝내는 베타테스트였다면 속단하기 어려웠겠지만 얼리엑세스 버전은 사실상 정식 출시 버전과 동일하다고 봐야 합니다.
종합하자면 68000원짜리 게임이 할 게 없습니다. 백 4 블러드에 와서는 오만가지의 카드 조합이 가능한 [덱] 시스템이 새로 추가되었으나 그걸 뒷받침해줄 게임 콘텐츠 자체가 아직까지는 부족합니다.
기본적인 틀은 레프트 4 데드 2와 거의 동일하지만 말 그대로 비슷하기만 한 수준이고 오히려 레프트 4 데드 2보다 할 게 없다고 봐야 합니다.
당연히 앞으로 추가 업데이트를 통해 어느 정도는 보완을 하겠지만 문제는 그걸 시즌 패스로 팔아먹고 있다는 겁니다.
불합리한 게임 시스템
- 채팅을 한 글자라도 입력하는 순간 화면이 멈추는 버그
- 캠페인 중간 난입 시 업적 보상 진행이 안 되는 오류
- 밸런스 조정이 시급한 대결 모드
- 지나치게 부족한 탄약
- 레프트4데드보다 멍청한 AI
- 있으나마나한 핑 시스템
위 항목 외에 다양한 문제점들과 버그들이 존재하지만 일단 제가 가장 크게 불편했던 부분들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로 채팅을 통한 의사소통 자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엔터 치고 채팅을 보내는 순간 잠깐 한번 딜레이 생기고마는 수준이 아니라 글자를 한 개씩 칠 때마다 화면이 아예 멈춰버립니다.
그렇다고 핑을 통해서 필요한 부분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냐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백4블러드는 캠페인 진행 시 탄약이 매우 부족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핑 시스템 항목에 '탄약 요청'과 같은 관련 항목이 전혀 없습니다.
또한 캠페인 중간 난입 시 업적 활동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버그로 매칭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메인 콘텐츠 중 하나인 대결 모드는 밸런스 붕괴로 인해 매칭 자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유저들이 처음부터 좀비 진영에 안 걸리면 그냥 탈주해버리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리고 하드코어한 난이도를 의도해서인지 현실적으로 클리어를 위해 필요한 탄약수보다 훨씬 낮은 수량의 탄약만을 소지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걸어놨는데 문제는 고난도에서 팀원 네 명이 모두 같은 종류의 탄약을 사용하는 무기를 장착하면 탄약이 더욱더 부족하게 됨으로써 클리어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레프트4데드2보다도 못한 아군 AI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자기 맘대로 구조물에 끼어서 아예 따라오지를 못한다거나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치료를 갑자기 중단한다거나 바로 옆의 아군이 그로기가 걸렸는데 멀뚱멀뚱 보고 있는 식의 조악한 인공지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총평
백4블러드를 구입할까 말까 고민중이라면 게임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조만간 높은 확률로 대 할인쇼가 예정되어있으니 그때를 노려서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