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가 아닌 일반 보병(흔히 말하는 땅개)으로 입대를 하게 되는
사람들 중에는 군대 관련 영화들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저격수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간혹 존재한다.
내가 비록 알 보병으로 입대할지언정 나도 총을 잘 쏘면 저격수가
가능할까에 대해서 상상을 해본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 부대에서는 가능하다.
하지만 21개월여간 직접 경험해본 결과
상상과는 매우 동떨어져있고 폼도 나지 않는다.
위 썸네일처럼 간지 나는 저격수 라이프는
일반 부대의 보병들(병사)에게는 펼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특수부대도 아닌데 명목상이라도 어떻게 존재가 가능했을까?
일반 땅개가 저격수가 가능했던 이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 당시 사단장의 지시 덕분이었다.
사단장이 어느 계기로 필이 꽂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등병 시절 패닉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시기에 전방 사단 아래 모든 연대에서
각 중대별로 저격수 사수와 부사수를 뽑으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거기에 콜라보로 당시 총 잘 쏘는 인원을 좋아하던
당시 우리 대대장님의 관심이 시너지를 일으키고 말았다.
그 갑작스러운 지시에 대해서 지금 생각해보면
강원도 지역에 존재하는 전방 예비 사단장들의
"진급"에 대한 욕망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갑자기 모든 일정을 제쳐두고 행정병과 예초병까지 전부
원기옥으로 끌어모아 사격장에 몰아넣고 며칠 동안 하루 온종일
영점 사격을 실시하기 시작했으며 최종 사격에서 영점 표적지의
둥근 원 안에 총알을 많이 꽂아 넣은 인원들을 중대별로
2명씩 골라내 대대의 저격수 연명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땅개가 저격수가 되고 나서 벌어지는 일
짬과 상관없이 총만 잘 쏘면 명목상이지만 강제로 저격수에 배치시켰기에
당시 자대에 막 배치받고 반 패닉 상태였던 내가 우연히도 표적지의 원안에
10발을 집어넣어 그중 한 명에 뽑히고 말았다.
그때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몰랐기에 이게 뭔가 싶었지만
일단 명함이 생기니 기분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그 좋았던 기분은 냉혹한 현실에 부딪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장점과 단점
- 장점 1 : 부대의 자잘한 훈련과 작업에서 열외가 가능하다(중대급 전술훈련, 진지공사 등)
- 장점 2 : 총 쏘는 걸 정말 좋아하면 군대 안에서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된다.
- 장점 3 : 사격 훈련의 기회가 늘어나 그만큼 포상휴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 단점 1 : 짬이 덜 찬 계급이 맡게 되면 무언의 협박과 압박이 들어온다.
- 단점 2 : 사격 시 무조건 만발을 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며 체력 검정에서 높은 등급을 요구한다.
최대 장점은 진지공사와 같이 여러 날에 걸친 현대판 강제 노역에서
해방되어 따로 사격 훈련을 받는다는 점이며 사격 훈련이 늘어난 만큼
사격 포상 휴가를 얻을 확률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부대마다 천차만별일수 있으니 모든 부대에 적용될지는 모르겠다.
단점은 위 장점과 연관성이 깊은데 짬이 덜 찬 속칭 "짬찌"일수록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원래 남이 조금이라도 잘되면 배 아픈 건 만국 공통 아니겠는가
거기에 군대의 위계질서가 시너지를 일으키니 일병 말호 봉이 될 때까지
진지공사 시즌이나 훈련에서 열외 되는 날이면 그때는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이등병 때부터 꿀빤만큼 스스로를 더 채찍질해야 했으며
사격 포상 휴가를 얻어오는 날이면 부대에 꼭 한 명씩 우리 곁에 존재하는
"빌런"이 온갖 이유를 만들어내 평소보다 나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지금도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체력 만점과 사격 만발을 기록해야
달성 가능한 "특급전사"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이 특급전사를 따야 한다는 중대장의 무언의 압박도 존재했다.
훈련과 작업을 빠지고 도대체 뭘 하는 걸까?
설명하자면 글이 길어지는데 그러자면 읽는 사람도 고통이니
더 관심이 생기는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하시는 것을 부탁드린다.
군대에서 땅개 저격수가 받는 훈련들 - 인포스터 (tistory.com)